생동하는 붓질로 승화된 용의 형상

재미화가 안동국, 45년에 고국 개인전

매거진 art, 2007 4

재미화가 안동국 화백이 45년만에 서울에서 개인전(3.21~4.3 이화갤러리)을 열었다. 안화백은 현재 뉴욕에 거주하면서 아시아계 미국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화가다.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안동국 화백은 1937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미술에 재능을 발휘하여 경기고 미술반 활동을 거쳐 서울대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1962년 미국으로 건너가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뉴욕 대학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실기와 이론을 겸비하여 프랫 인스티튜트와 쿠퍼유니온대학, 뉴욕 테크놀러지 인스튜트에서 강의를 맡기도 했다.

안화백은 미국에서 수차례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진 바 있다. 1997년에는 뉴욕 짐멀리미술관에서 열린 <아시아계 미국 예술가들과 추상(Asian American Artists and Abstraction)1945~70> 전시에 참가했다. 당시 한국 작가로는 장발 김보현 김병기 김환기 전성우 이수재 존배 등이 초대되었다. 안화백은 추상표현주의 작가로 입지를 굳혀 현재 뉴욕의 모마(MoMA)와 데이턴미술관, 에번즈빌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 안화백은 자연을 초자연적이고 신화적으로 재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 부제는 ‘용왕의 왕국에서’. 동양의 전설에서 신비의 영물로 등장하는 용의 모습을 공중에서 선회하는 강렬한 붓질로 승화한 작품을 선보였다. 용 트림의 형상을 수많은 비늘과 연성적인 긴 몸체로, 불을 뿜는 형상을 흩어지고 뿌려진 물감 자국으로 표현했다.

생동감 넘치는 검은색의 붓 놀림, 자유로운 공간 구성을 통해 유동적인 형상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전통적 필법인 비백법(飛白法)을 연상시킨다. 엄청난 속도로 화면 위를 질주하는 빠른 붓놀림이 기운생동의 긴장된 분위기를 한껏 연출한다. 이 특유의 붓놀림을 통해 동양의 정신과 서양의 현대미술 방법과의 조화를 꾀한다.

안동국 화백은 동서양의 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추상의 현대적인 개념과 방법론을 한국 전통에서 유래된 기법과 주제에 결부시키는 작업의 길을 걸어왔다. 그의 작품은 아시아 미술, 특히 선(禪)회화 같은 생동감 있는 형식들과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액션페인팅의 만남을 이루어내고 있다.

안동국 화백의 작품에는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모든 예술의 궁극적인 원천이 자연에 있다는 문화적 인식이 깔려 있다.

안동국 화백은 이번 전시를 통해 윤명로, 김종학 등 젊은 시절의 옛 화우들은 물론이고 그동안 단절됐던 여러 지인들과 만나는 기쁨의 시간을 가졌다. 또한 여러 미술비평가들이 ‘새로운 화가 안동국’의 작품을 주목하고 있어 앞으로 한국 화단과 보다 더 활발한 교류 활동이 기대된다. 한국 미술계로서는 잊혀진 우리 화가 한 사람을 다시 찾은 셈이다.